오전 10시 50분. 스키당 오픈은 11시입니다. 저는 육수 불 올리고, 반찬 세팅하고, 테이블 닦고 있었어요. 그때 카톡이 왔습니다.
"사장님 죄송한데요, 오늘 몸이 너무 안 좋아서 못 나갈 것 같아요."
10분 전입니다.
손님은 이미 예약이 잡혀 있고. 그 순간 머릿속에서 동시에 세 가지가 돌아갔습니다. "지금 이게 말이 돼?" "지인한테 연락해야 하나?" "오늘 혼자 어떻게 돌리지?"
저는 결국 급하게 아는 사람한테 연락해서 겨우 해결했습니다. 그날 하루는 끝냈어요. 근데 그 이후에 오히려 더 불편한 질문이 머릿속에 남았습니다.
"이게 그 알바 잘못인가? 아니면 내 잘못인가?"
그 알바는 뭘 잃을 게 있었나
솔직하게 생각해봤어요. 그 알바 입장에서 그날 안 나오면 뭘 잃습니까? 그날 일당. 끝입니다.
시말서? 없었습니다. 경고 시스템? 없었습니다. 재고용 불이익? 그걸 명확하게 전달한 적이 없었어요. 저는 그냥 "이런 일 생기면 미리 연락 줘야 해요"라고 말만 했을 뿐이에요.
겁이 없으면 안 나와도 됩니다. 잃을 게 없으면 행동이 바뀌지 않습니다.
이건 그 알바가 나쁜 사람이라는 얘기가 아니에요. 인간은 원래 그렇게 움직입니다.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서 사람들이 빨간불에 멈추지 않는다고 운전자를 욕할 수 있을까요? 신호등을 안 만든 쪽이 문제인 거죠.
저는 신호등 없이 교통 체계를 운영하고 있었던 겁니다.
패널티가 없으면 안 나와도 일당만 못 받으면 끝. 사장의 말은 조언 수준이고, "언제든 빠질 수 있는 자리"가 됩니다.
시말서 → 경고 누적 → 재계약 불이익이 명시되면 사장의 말이 규칙이 되고, "이 자리는 내가 지켜야 한다"는 감각이 생깁니다.
처음 온 사람의 눈에는 이렇게 보입니다. "사장이 뭔가 부탁하는 것 같기도 하고, 규칙인 것 같기도 하고. 이거 꼭 지켜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. 일단 몸 안 좋으면 연락하면 되지 않나?"
알바가 대체 가능하다고 느끼면, 사장도 대체 가능하다고 느낀다
여기서 좀 더 불편한 얘기를 해볼게요. 그 알바가 10분 전에 카톡을 보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, 이 가게가 자기한테 별로 특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. 그냥 파트타임 자리 중 하나였던 거예요.
애착은 호혜적입니다. 내가 이 사람을 구조로 붙잡지 않으면, 이 사람도 나를 안 붙잡습니다.
저도 스키당 초기에 "같이 잘 해봅시다"는 말을 했는데, 생각해보니 같이 잘 됐을 때 알바한테 뭐가 좋아지는지를 설명한 적이 없었어요. 그냥 제 기대를 말로 흘려보낸 것뿐이었던 거죠.
"이 가게가 잘 되면 나한테 뭐가 달라지지?" 알바가 이 질문에 답을 못 찾으면, 이 가게는 그냥 수많은 알바 자리 중 하나입니다. 그리고 수많은 자리 중 하나는, 10분 전 카톡 한 줄로 끝낼 수 있는 자리입니다.
말로 한 중요성은 증발한다
그날 저는 알바한테 중요하다고 말했냐고요? 했어요. 분명히. "오픈 전 연락은 꼭 미리 줘야 해요." "이 시간대 혼자 하기 힘들어요." 근데 그게 전부였습니다. 말만 했어요.
말로 전달한 중요성은 그 대화가 끝나는 순간 증발합니다. 구조로 만들어야 남습니다.
계약서에 명시했나요? 노쇼 시 패널티 조항이 있었나요? 비상 연락 체계가 있었나요? 오픈 2시간 전 출근 확인 루틴이 있었나요? 없었습니다. 저처럼, 아마 여러분한테도 없을 거예요.
이거 시스템으로 만드는 방법은 사실 복잡하지 않습니다.
근로 계약서에 "당일 노쇼 시 시말서 작성 및 재계약 심사" 조항을 한 줄 넣고, 계약 시 같이 읽으면서 "이게 왜 중요한지"를 사람 대 사람으로 설명한다.
오픈 2시간 전(또는 전날 밤) "오늘 몇 시 출근이죠?" 카톡을 루틴화해서, 알바에게 "오늘 나가야 한다"는 신호를 한 번 더 준다.
대타 가능한 사람 2~3명 리스트, 단축 운영 메뉴 세트, 혼자 돌릴 수 있는 최소 세팅을 미리 정해 긴급 상황의 공황을 줄인다.
"3개월 성실 출근하면 시급 인상", "확장 시 정직원 제안"처럼 가게가 잘 됐을 때 알바한테 구체적으로 뭐가 생기는지 말로 박아둔다.
근데 왜 이게 작동하는지 아세요? 시스템이 있으면 알바는 압도됩니다. "이 사장은 이런 것까지 정해놨구나." 그 감각이 생기는 순간, 이 가게는 그냥 파트타임 자리가 아니게 됩니다. 규칙이 있는 곳, 체계가 있는 곳이 되는 거예요.
대기업이 그 복잡한 업무 매뉴얼을 왜 만드는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와요. 효율 때문만이 아닙니다. 그 시스템 자체가 권위가 됩니다.
신입사원이 첫날 두꺼운 온보딩 자료를 받으면 "여기는 아무렇게나 행동하면 안 되는 곳이구나"를 먼저 느끼잖아요. 동네 작은 가게라고 다를 게 없어요. 계약서 한 장, 조항 한 줄, 확인 루틴 하나가 쌓이면 그게 권위가 됩니다. 말로 "중요해요"를 백 번 하는 것보다, 계약서에 한 줄 적힌 게 훨씬 강합니다.
지금 내 가게 진단
3개 이상 체크됐으면, 그건 알바 문제가 아닙니다. 시스템 문제입니다.
그날 이후 저는 알바가 나쁘다는 생각을 접었습니다. 신호등 없는 교차로에 사고가 났을 때, 신호등부터 만드는 게 맞는 순서니까요.
화낼 시간에 계약서 한 줄 고치세요. 그 한 줄이 다음 오픈 10분 전의 공황을 막아줍니다.
KEY TAKEAWAY
노쇼는 나쁜 알바가 만드는 게 아닙니다. 신호등 없는 교차로가 만드는 겁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