KIMKKUN
사장 이야기
다시 식당 차리면
절대 이렇게
안 합니다
김꾼 — 자영업자를 사업가로
김꾼2026년 5월 28일11분 읽기

스키당을 연 지 5년이 됐습니다. 솔직히 말씀드리면, 지금 다시 식당을 시작한다면 절대 이렇게는 안 합니다. "다시 시작하면 안 한다"는 회한이 아니에요. 5년 전의 저와 지금의 제가 마주 앉으면, 처음 세 마디 안에 "게임 룰이 다 바뀌었다"고 말해줄 거라는 얘기입니다.

뭐가 달라졌냐. 크게 세 가지예요. 마케팅 환경, 소비자의 마음, 그리고 요식업이라는 일 자체의 무게. 그런데 이 세 가지를 관통하는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. 5년 전엔 가장 안전했던 자리가, 지금은 가장 빨리 무너지는 자리가 됐다는 거예요. 끼어 있는 자리.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, 너무 보이지도 안 보이지도 않은, 그 중간의 자리요.

CHAPTER 01

네이버는 이제 누구나 잘합니다

5년 전엔 네이버 마케팅 좀 만지는 게 그 자체로 차별점이었어요. 플레이스 정리하고, 리뷰 관리하고, 키워드 좀 박으면, 그게 곧 무기였습니다. 지금은요? 고인물들이 정책 변화를 실시간으로 역추적합니다. 네이버가 알고리즘을 바꿔도 일주일이면 새 공략법이 돕니다. 다시 말해, 모두가 잘해요. 모두가 잘한다는 건 곧 모두가 똑같다는 뜻이고요.

문제는 플레이스가 1~10등 싸움이라는 거예요. 5등도 못 들면, 5등이 아니라 그냥 0등입니다. 사람들은 11등을 안 봅니다. 스크롤도 안 해요.

스키당이 2층에 있거든요. 처음엔 "콘텐츠로 풀면 되지" 하고 자신했어요. 근데 오프라인에서 안 보이는 매장이 온라인에서까지 밀리면 매출이 어떻게 떨어지는지 직접 봤습니다. 수직낙하예요. 완만한 곡선이 아니라 절벽이에요.

업종별로 보면 더 명확합니다. 키워드가 추상명사에서 구체명사로 다 옮겨갔어요.

카페

"분위기 좋은 동네 카페"로는 안 잡혀요. "OO역 작업하기 좋은", "OO동 디저트" 같은 좁은 키워드 1등이 아니면 0등이에요.

미용실

"잘 자르는 미용실"은 검색되지 않아요. "긴 얼굴형 단발", "OO동 컬펌"이 검색돼요.

PT샵

"체계적 1:1 관리"는 키워드가 아닙니다. "산후 코어", "어깨 라운드 교정"이 키워드예요.

네일샵

"트렌디한 디자인"으로는 못 이깁니다. "OO동 일본식 젤"이 됩니다.

처음 들어온 손님의 눈에는 이렇게 보입니다. "이 동네에서 뭐 좀 찾는 중인데… 어, 여기는 검색에 잘 안 뜨네. 굳이 안 가본 곳을 첫 번째로 갈 이유는 없잖아." 손님은 안 보이는 가게를 의심하지 않아요. 그냥 존재하지 않는 가게로 처리합니다.

CHAPTER 02

손님은 양 끝으로 도망갔습니다

5년 전엔 20~50평이 황금 사이즈였어요. 1인 매장은 마진은 좋아도 한계가 명확했고, 100평 넘는 대형은 부담이 컸죠. 그래서 그 중간, 직원 두세 명, 적당한 회전, 적당한 객단가가 가장 안정적이었습니다.

지금은요? 이 "적당한"이 다 같이 무너지고 있어요.

BEFORE

20~50평, 직원 2~3명, 평균 객단가, 평균 회전. "동네 맛집" 포지션이 미덕이었고, 네이버 좀 만지는 것 자체가 차별점이던 황금 구간.

AFTER

인건비가 가장 무겁게 짓누르는 구간. 1~10등 못 들면 0등이고, 누구나 잘해서 차별점이 사라짐. "동네 맛집"이 가장 모호한 자리가 됨.

인건비는 매년 오르고, 식자재 단가는 분기마다 오르고, 세금·노무 규정은 자영업자 기준이 아니라 대기업 기준으로 강화됩니다. 이 상승 곡선이 가장 깊게 갉아먹는 자리가 정확히 그 "가운데"예요.

손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. 진짜 가성비를 원하는 손님은 1인 매장의 압축된 메뉴를 가요. 진짜 경험을 원하는 손님은 대형 매장의 공간과 서비스를 삽니다. 어중간한 가격에 어중간한 경험을 주는 가게는, 둘 다 놓쳐요.

업종별로 풀어보면 이렇습니다.

  • 식당: 4~5만원 객단가 한식당이 가장 어렵습니다. 2만원 백반집이거나, 10만원 코스거나.
  • 카페: 5천원짜리 아메리카노 파는 어중간한 카페가 가장 위험해요. 가성비 끝이거나, 시그니처 디저트 카페거나.
  • 미용실: 컷 2만원짜리 동네 미용실이 가장 어렵습니다. 1만원 셀프 살롱이거나, 7만원 디자이너 룸이거나.

내 가게가 어디에 있는지 한 줄로 점검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입니다. 체크되는 줄이 많을수록 위험 구간이에요.

반대로, 살아남는 자리는 이런 모양입니다.

CHAPTER 03

요식업, 솔직히 몸도 마음도 힘듭니다

여기까지 읽으셨으면 아실 거예요. 이건 동기부여 글이 아닙니다.

요식업, 진짜 힘듭니다. 서서 일하고, 칼 다루고, 불 앞에 있고, 손님 응대하고, 마감하고, 새벽에 또 장 보러 갑니다. 몸이 갈리는 건 그렇다 쳐도, 마음이 더 갑니다. 매출 안 나오는 날, 별 하나 박힌 날, 직원이 갑자기 그만둔 날. 이런 게 5년 누적되면, 처음 가게 열 때 가졌던 그 마음이 닳아요.

저도 그렇습니다. 솔직히 다시 시작하라면 안 합니다. 근데 이미 시작했고, 그러면 이야기가 달라져요. 여기서 그만두느냐, 아니면 지금 이 바뀐 게임의 룰에 맞게 다시 설계하느냐. 답은 후자밖에 없거든요.

힘들다는 걸 인정하는 게 첫 번째입니다. "나만 힘든 건가" 의심하지 마세요. 다 힘듭니다. 다만 끼어 있는 자리에 있는 사장님이 가장 빨리, 가장 깊게 힘듭니다.

CHAPTER 04

그래서 같이 풀어보려고요

이미 시작한 자리에서 끝까지 가려면,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. 끼어 있는 자리에서 빠져나오거나, 그 자리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게 구조를 다시 짜거나.

저도 지금 그 작업을 하고 있어요. 스키당도, 일등고기도. 어떤 결정을 했고, 뭐가 먹혔고, 뭐가 안 먹혔는지를 같이 나누려고 합니다.

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릴게요. 저도 마케팅 혼자 다 못합니다. 5년째 같이 가는 대표님 한 분이 계세요. 네이버 흐름이 바뀔 때마다 같이 머리 싸매고, 새 공략이 나오면 같이 테스트해보고. 그분 없었으면 스키당이 지금처럼 굴러왔을지 솔직히 자신 없습니다. 혼자 다 하려다 시간 날리고 돈 날린 자영업자 사장님들, 저도 많이 봤거든요. 마케팅은 결국 같이 갈 사람을 잘 찾는 싸움이기도 합니다.

근데 한 가지는 분명히 해두고 싶어요.

KEY INSIGHT

마케팅은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. 가게가 제대로 서 있을 때, 그걸 손님 눈앞까지 닿게 해주는 다리일 뿐이에요. 다리가 아무리 튼튼해도, 건너편이 비어 있으면 손님은 그냥 돌아갑니다.

그래서 아무한테나 소개 안 드립니다. 제대로 해보겠다고 마음 먹으신 분, 끼어 있는 자리에서 빠져나올 각오가 된 분만요. 궁금하신 분은 📩 DM 주세요. 지금 자리가 있는지 여쭤봐 드리겠습니다.

(광고 아닙니다 ㅎㅎ, 자리 없을 수도 있어요~)

KEY TAKEAWAY

5년 전 가장 안전했던 자리가, 지금은 가장 빨리 무너지는 자리가 됐습니다. 끼어 있는 가운데에서 빠져나오거나, 그 자리에서도 버틸 구조를 다시 짜거나.